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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략정보 전문가칼럼] 북·러 안보협력 평가 및 전망

두진호(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들어가며

2024년 6월 24년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국방부가 주관한 Army-2024에 김정식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국방부 차관을 독대했다. 김정식 부부장이 북한의 미사일 총책이라는 점과 김정은 위원장을 독대한 크리보루치코(Aleksei Krivoruchko) 러시아 국방차관이 방산을 총괄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북·러 관계가 국방 및 방산을 중심으로 긴밀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공개된 북·러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사실상 동맹 관계를 복원해 동북아 지역은 물론 글로벌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핵을 보유한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운 조약에 유사시 자동개입을 특정함에 따라 북·러 관계는 사실상 핵 기반 동맹 관계를 구축해 한반도는 물론 한미 동맹에도 심대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 평가

북·러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새 협정을 토대로 북·러가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고 군사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북한과의 전방위적 안보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정은 위원장은 “두 나라 관계는 새로운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면서 “북·러 관계 발전의 분수령이 될 위대한 동맹 관계는 이 자리에서 역사의 닻을 올리며 장엄한 출항을 알렸다”고 밝혔다. 

북·러는 새로운 조약 체결을 계기로 사실상 동맹 관계를 복원했다. 1961년 북한과 소련 양국 간에 체결된 군사동맹 조약과 비교해 유엔 헌장 제51조와 국내법 등 유사시 자동개입을 차단하는 단서조항이 포함됐으나 큰 의미는 없다. 러시아는 유사 입장국과 체결한 조약에서 유엔 헌장과 국내법 등을 관행처럼 사용해 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 돈바스 분리주의 세력들과 체결한 조약에서도 유엔 헌장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북·러 조약을 근거로 민간인으로 위장한 북한 공병부대의 러시아 파병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1961년 조·소가 체결한 ‘우호 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은 데탕트 및 공산권 붕괴 등 글로벌 환경 변화와 소비에트 연방 내부의 잦은 권력 교체로 유명무실한 문서로 전락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법적으로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고,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도 공고하다. 여기에 반미·반제국주의라는 북·러의 일치된 정체성은 양국 관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북·러 지도자가 일인 독재체제를 확립한 만큼 조약의 실행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동맹’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러 관계가 ‘일몰 관계’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의 군사기술협력을 예고한 만큼 북·러 관계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게 전개될 공산이 커졌다. 한편, 이번 협정에선 2000년 북·러 조약이 규정했던 한반도 분단 상황의 조속한 종식과 자주적 평화통일 및 민족결속 원칙에 따른 한반도 통일 등의 조항이 삭제됐다. 이는 지난해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두 국가 체제’ 및 한국을 ‘제1 적대국’으로 각각 규정한 것에 대해 러시아가 북한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북러 안보협력 전망 

북·러 양국은 새로운 조약 체결을 계기로 연합연습·훈련, 군사기술협력, 특별군사작전 지원, 다자협력, 확장억제 등 안보협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러는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면, 위협 제거를 위한 협조 조치를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는 조항(제3조)을 신설한 만큼 평시 위기관리를 위한 상시 안보협의그룹이 창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는 연합연습·훈련 경험이 부재한 만큼 인적교류 및 부대교류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상호 이해증진 및 군사적 신뢰 구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김일성 종합군사대학 김금철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군 대표단이 러시아 군사 교육기관을 방문한 것과 김정식 부부장이 러시아 국방부 주관 Army-2024에 참석한 것도 이와 같은 노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북한을 상대로 군사과학기술 협력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및 카자흐스탄 등 핵심 동맹국에 핵 및 우주기술, 첨단 무기체계 관련 기술공유에 인색했다. 북·러의 동맹 수준이 초보적 수준인 만큼 러시아의 대북 첨단 기술 제공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의 대북 안전보장에 대한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군의 특별군사작전에 필요한 152mm 포병 탄약 및 122mm 방사포 탄약 등 전술 제대에 긴요한 재래식 무기와 탄약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우크라이나의 비영리 단체는 북한이 현재까지 러시아에 약 280만 발의 포탄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서방은 북한이 러시아에 노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러시아 재건사업에 노동력을 파견한다면 이는 사실상 재건부대를 파병하는 것으로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기여 및 전투경험 축적, 무기체계 현대화 및 외화벌이 등 정치·경제적 실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북·러 조약 제7조 및 8조에 근거해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및 집단안보조약기구(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CSTO), 브릭스 플러스(BRICS Plus) 등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자협의체에 북한의 참여 가능성도 열렸다. 또한 북·러는 조약 제10조 및 13조에 근거해 우주, 인공지능(AI), 원자력 등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가속화하고 이를 위해 표준화 및 규격화를 추진하는 등 양국 간 상호운용성과 상호호환성이 촉진될 가능성도 커졌다.

 
<표 1> 북러 조약 조문 대비표
우호 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1961년)
친선 선린 및 협조 조약
(2000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
(2024년)
1조 체약 쌍방은 그들이 앞으로도 극동과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국제적 활동에 참가할 것이며 이 고귀한 과업의 수행에 기여할 것을 성명한다.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 련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2조 쌍방은 모든 정치적 침략과 전쟁행위를 반대하면서 전세계의 군비축소와 견고한 평화 및 안보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쌍방 중 한 곳에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할 경우 또는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리고 협의와 협력이 불가피할 경우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 3조 쌍방은 공고한 지역적 및 국제적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호상 협력한다.
쌍방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따라 서로의 립장을 조률하며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데 협조를 호상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협상통로를 지체없이 가동시킨다.
4조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8조 쌍방은 전쟁을 방지하고 지역적 및 국제적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위능력을 강화할 목적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

한반도 파급효과 

북·러가 군사동맹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에도 심대한 안보 위협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11월 대통령 선거와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등 국내 현안이 산적한 미국으로선 ‘두 개의 전쟁’을 관리하기도 버겁고, 확전 임계점이 가까워지는 상황은 더욱 부담스럽다. ‘두 개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의 전쟁 피로가 심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대비태세가 약화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노력선이 중국 봉쇄에 집중된 만큼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통합억제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식량 및 에너지 등 전쟁 준비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노후화된 북한 해·공군 무기체계에 대해 러시아가 성능개량 사업에 나선다면 북한은 전쟁 지속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지난 5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시험발사에 러시아는 기술진 외에도 1단 추진체 엔진 또는 1단 전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록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시험발사에 실패했으나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백두산 엔진을 개량하고 나아가 천리마-1형을 건너뛰어 대출력 로켓 제작으로 우주기술 전략을 선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자체 방위력 강화와 국가 안보, 주권 수호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며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북한과 같이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 체제 밖에서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와의 원자력 협력은 해당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러시아는 NPT 체제의 핵심 당사자이며, 북·러 조약 제10조가 원자력 협정을 규정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했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태세전환’을 선언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심화한 미국과의 대결 구도 속에서 북한의 핵 역량이 ‘전략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미국 공화당 지지 세력을 중심으로 한반도 핵무장 담론이 확산하면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추진 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정책적 시사점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북·러가 동맹 관계를 복원함에 따라 동북아는 물론 세계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북·러는 1961년 동맹 조약을 복원해 유사시 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했으며, 평시 공동위기관리를 위한 상시 안보 협의 채널 운용도 제도화했다. 여기에 북·러 조약은 지역 및 국제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방위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조치를 제도화함으로써 향후 북한의 SCO나 CSTO, 브릭스 플러스 가입 등 외교적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특히 북·러의 군사협력 및 군사기술협력은 향후 북한의 전쟁 지속 능력을 확충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는 한반도를 넘어 민주주의 진영 전체에 대한 위협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동맹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안보 공공재를 제공하는 대체 불가한 존재다. 평시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최단 기간, 최소 희생, 최대효과 승리’로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선 동맹 및 유사 입장국과의 전방위 안보협력이 중요하다. 

북·러 군사동맹 복원을 계기로 북한의 전쟁 지속 능력 고도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동맹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 유엔사 회원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유사 입장국들과 전방위 안보협력을 강화해 대북 억제력을 제고해야 한다. 한편, 북·중·러 연대를 차단하기 위해선 그나마 약한 고리인 중국 공략에 공을 들여야 한다. 한·중 외교안보대화의 모멘텀을 활용해 각급 수준의 전략 소통과 인도적 협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한·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적절한 강온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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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안보협력 # 러북안보협력 #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조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