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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한반도 긴장고조 위험|이중구 박사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며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로 확인되었고, 2024년 11월 6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첫 교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4년 10월 13일 화상연설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을 제기했고,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도 이를 확인했다. 북한 특수부대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10월 8일에서 13일 사이에 러시아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와 백악관도 10월 23일에는 북한군의 러시아 주둔 사실을 확인했다. 10월 24일 러시아와 10월 25일 북한이 파병을 직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는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북한이 병력까지 러시아에 지원한 것은 러시아가 도움이 절실한 시점에 러시아를 도움으로써, 러북협력을 다지고 모스크바로부터 더 많은 보상을 얻으려고 하는 의도로 보인다. 금년 가을 러시아는 중국과도 밀접히 협력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러시아가 중국에 잠수함 기술 등 새로운 양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보았다. 이러한 기회를 북한이 지나칠 리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파병에 나섰고, 러시아의 대가 제공을 기대했다. 그 첫걸음으로, 북한은 러북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이하 ‘동맹조약’)’의 러시아 의회 비준을 완성시켰다. ‘동맹조약’은 10월 24일에 러시아 하원을, 11월 6일에 러시아 상원을 통과했다. 이 외에도 북한은 우주, 무인기, 전투기, 함정무기에서부터 러시아가 부담스러워할 핵추진잠수함, 장거리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바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러북군사협력의 발전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2.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동향 및 향후 전망
북한의 러시아 파병군이 4개 여단인지, 2개 여단으로 편성되었는지 편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약 1만 명에서 1만 5천 명 정도가 우크라이나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군이 앞으로 8만 8천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까지 전망하기도 한다. 파병된 북한군은 대표적인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에서 차출된 병력으로 추정된다. 폭풍군단 군단장 출신의 김영복 북한군 총참모부 부참모장이 파병군을 총지휘한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장교는 500명 가량, 장성은 김영복, 리창호, 신금철 등 3명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군은 결국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가 불가피한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되었다. 쿠르스크는 2024년 8월 6일 우크라이나가 기습 공격으로 점령한 러시아 지역이며, 그 이후 러시아가 탈환을 위해 병력 약 5만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부터 10월 27~28일 사이에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될 가능성 있다는 첩보를 공개했으며, 실제로 10월 28일경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북한군의 쿠르스크 배치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10월 31일 토니 블링컨 미국무장관은 북한군 8천 명이 쿠르스크 지역에 있다고 밝혔고, 11월 4일에는 미국 국방부가 1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북한군은 한반도에서 맡았던 임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이후에는 러시아의 군사전략에 따라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이 배운 후방침투와 시가전은 평야지대인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에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우크라이나전선에서 러시아의 공격전략은 ‘고기분쇄기(meat grinder)’로 불리며, 대규모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적을 압도하는 전술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를 뚫기 위해 대규모로 투입되는 병력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군은 기관총, 소총, 야간투시경, 피닉스 대전차무기, 60mm 박격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에는 많은 사상자가 뒤따른다. 북한군 파병 이전에도, 우크라이나군이 지형을 유리하게 활용하며 서방으로부터 첨단무기를 지원받고 있어, 러시아군의 피해가 컸다. 2024년 5월 이후 매달 러시아군의 사상자수는 3만 5천 명을 상회했고, 10월에는 러시아군 사상자 규모가 4만 명까지 넘어섰다. 미국과 서방의 첨단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이후에 러시아의 사상자 규모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림-1> 러시아군 사상자 규모(월별)(2022. 2~2024. 10)
출처: https://index.minfin.com.ua/en/russian-invading/casualties/

쿠르스크에 투입된 북한군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군을 교육하는 러시아군 장교조차도 이들이 드론을 활용하는 현대전 경험이 없어서 전쟁에 투입되면 대부분 희생될 것이라 우려한다고 한다. 게다가 북한군과 러시아군 사이에는 말이 서로 통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군은 북한군 30명 당 통역 1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경험까지 부족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원활히 의사소통될 리 없다. 미국전쟁연구소(ISW)는 북한군이 8천 명이라면 7일만에 모두 사상될 수 있는 규모라고 지적한다. 

3. 한반도 긴장고조 위험성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투입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북한군에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면, 북한 정권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누차 미국은 우크라이나군과 충돌한다면 북한군은 “정당한 표적(legitimate military targets)”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정당한 표적으로서 공격을 받을 것임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 병사들에게 대규모 피해가 일어난다고 해도, 북한은 주민들의 생존보다 체제수호의 이익을 우선시해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아사한 북한 주민의 규모는 50만에서 200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북한 정권은 이들의 죽음을 체제유지보다 덜 중요하게 여겼다. 이를 보면, 북한군에 다수 사상자가 발생해도, 북한 정부가 이들의 희생을 부차적인 문제로 여길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주민들의 대규모 죽음을 부차시했던 1990년대 중반의 북한도 그러한 피해는 제국주의 봉쇄와 압살책동(壓殺策動)으로 야기된 것이라면서, 사태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고 했다. 이번에도 북한군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북한이 그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북한 정권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 가족에게 ‘훈련 갔다’고 거짓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려되는 것은, 쿠르스크를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에서 북한군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북한이 그에 대한 보복을 주장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병사들의 죽음에 공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전사자들의 가족과 지역사회는 슬픔과 분노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생존한 병사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사상자 규모가 커질수록 북한 정권의 책임은 커질 것이다. 그 때문에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보복의 대상으로 삼아,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무관하게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것은 책임전가를 위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미 김여정 부부장은 10월 22일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북한군 파병설 제기에 감히 핵보유국에 도발을 한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북한 당국은 이어 10월 말 화성-19형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내외적 관심을 러시아 파병이 아니라 다른 문제로 돌리려 하고 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 북한군 병사의 고통에 무감각하다고 해도 - 자신에 대한 비난과 조롱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영국 등의 타블로이드 매체들도 러시아 파병을 결정한 김정은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잡한 역사문제에 타 대륙 국가가 끼어들었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라면, 유럽 나라들의 러시아에 대한 역사적 감정은 북한에게 옮아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군사충돌 시에는 김정은과 그 가족에 대한 비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북한이 이를 모독으로 받아들인다면, 서방 언론에 사이버 공격을 가하거나 맞대응 비난담화를 발표할 수 있다. 이러한 패턴은 김정은 위원장을 다룬 영화 ‘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픽처스가 북한의 보복 해킹을 받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에서도 보여졌었다. 당시 소니픽처스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미공개 영화 등 다량의 정보가 유출되었으며,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단체 3곳과 개인 10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만약 다시금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트럼프 당선자가 백악관에 입성하더라도 북한에 고강도 경고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유럽국가들은 워싱턴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북한이 반발한다면, 한반도의 긴장수위도 유럽과 북한 간의 갈등과 더불어 고조될 수 있다.

4. 정책적 시사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실익도 얻어내려는 시도이지만, 격전지에 배치된 북한군의 피해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북한군의 사상자 다수가 발생할 경우 북한 정권이 어떻게 대응할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 사상자 다수 발생 시, 내부의 책임론에 직면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책임을 외부에 돌리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의 오랜 정치문제가 얽히고 설킨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서구 언론과 정치인들의 비난이 늘어날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비난을 방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서구 언론에 사이버 공격 등 보복조치를 취하는 사태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주의깊게 살피면서, 북한의 돌발적인 대남비난이나 긴장고조 행위, 그리고 해외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평양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복잡한 유럽 국제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파병을 결정한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인 러시아 파병의 철회를 북한에 강력히 촉구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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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 북한군 # 러시아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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