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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략정보 전문가칼럼] 신기술이 미래전쟁과 세계안보에 끼치는 영향과 미래전 전망

송태은(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조교수)

 
최근 군사, 경제, 산업, 기술, 정치체제와 가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미중경쟁과 진영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세계의 지정학적 갈등을 한층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경우 최근 러시아와 안보협력을 추구하며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북한이 한반도에 국지적 무력충돌이나 핵실험 등의 도발을 일으키고 있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첨단 기술이 새로운 무기체계를 출현시키고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가 신무기를 사용하면서 미래전쟁의 양상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점이다. 그러면,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초첨단 신기술(emerging technologies)은 현대와 미래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신기술 무기체계의 등장과 세계 안보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오늘날 초첨단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이러한 기술의 무기체계에의 적용은 전쟁이 전개되는 양상 즉 전투방식과 군사전략을 모두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첨단 센서, 무기의 자율화(automation), 양자컴퓨팅, 극초음속 기술 및 전방위로 연결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등은 무기의 정밀성, 연결성, 기민성, 파괴력을 모두 크게 강화시키고 있고, 장거리를 빠르게 이동하여 공격대상을 타격할 정밀 타격 무기의 중요성이 미래전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국가의 무기체계는 군사전략과 작전개념이 수립된 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 순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신기술 무기가 전장에 먼저 투입되어 새로운 전투형태가 나타난 뒤에 이러한 새로운 전투방식에 부합하는 군의 교리와 전략 및 작전개념이 사후 수립되고 있다. 다시 말해, 군사전략과 관련 개념이 기술을 뒤쫓아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러우전쟁에서 자율드론은 야간에 정밀타격을 수행하고 이러한 드론이 AI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아군과 적군을 구별한 뒤 폭격하는 작전을 양국이 왕성하게 수행하는 등 드론전쟁이 본격화되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스타링크(Starlink) 인터넷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확보하여 사용하는 등 군의 지휘통제(command & control)와 군사작전에서 첨단 신기술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구글(Google)이나 메타(Meta)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군의 정보작전과 심리작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새로운 전투양상이 출현했다. 전쟁에서 나타난 이러한 새로운 현상은 세계 각국 군의 군사작전과 전략개념의 수정과 새 작전과 교리의 도입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신기술 무기체계를 도입하면서 각국의 군사력은 증대하는 동시에 또한 동일한 무기체계를 사용하고 있는 적으로부터의 공격에 대해 군의 기존 자산의 취약성은 증대된다. 즉 신무기 도입으로 인한 국가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미래 전장(battlefield)에 어떤 수준과 범위에서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더군다나 새로운 첨단무기가 양적으로 증대하는 가운데 테러리스트나 범죄조직 및 민간 행위자들이 신기술 무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세계 안보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신기술이 초래하는 미래 군사적 위협의 특징

일찍이 美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의 ‘전략미래그룹(Strategic Futures Group)’은 2021년 발간한 “전장의 미래(The Future of the Battlefield)”에서 신기술이 초래하는 미래전장의 성격을 ▲‘위협의 지속성’, ▲‘위협과 협력의 동시성’, ▲‘위협 간 경계의 불분명성’으로 적시한 바 있다. 지속적인(persistent) 위협이란 강대국뿐 아니라 약소국, 국가 행위자뿐 아니라 기술·무기·교리에 대한 접근성을 가진 비국가 행위자들에 의한 군사위협이 끊임없이 출현하는 현상을 말한다. 위협과 협력의 동시성(simultaneousness)은 사이버 공격이나 대리전(proxy war) 등 적국의 자국에 대한 적대적 활동과 아울러 무역이나 군축과 같이 우호적 국가 활동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각국은 군사적인 공격적 수단뿐 아니라 정치적 수단을 함께 동원하여 각국이 적국의 위협과 협력에 동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위협 간 경계가 불분명(boundless)해진다는 것은 곧 미래의 군사적 위협이 ▲정치 對 군사영역, ▲전략적(strategic)-작전적(operational)-전술적(tactical) 영역, ▲공격 對 방어의 경계, ▲전통적 군사행동 對 비군사적 행동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리에 제한을 받지 않는 사이버와 우주 영역과 같이 비물리적 영역의 새로운 전력은 그러한 다양한 경계를 지속적으로 허물고 있다. 

신기술이 초래하는 미래전장의 특징

새로운 군사기술과 무기체계의 출현은 현대와 미래의 전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미래의 전장이 ▲‘초연결성’, ▲‘살상력의 획기적 증대’, ▲‘고도의 자율성’, ▲‘전력의 생존성 증대’의 특징을 갖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이미 이러한 특징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미래전장은 사이버 공간의 전방위적 확장과 사물인터넷(IoT)의 편재로 연결성(connectivity)이 획기적으로 증대할 것이므로 미래전에서는 화력(firepower)보다 정보력(information power)이 중요해진다. 즉 각국 전력의 우위는 정확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신속하게 분석하며 그러한 정보를 빠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군의 능력에 달려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연결성이 전력의 결정적 우위로 간주될수록 공격자는 연결성과 정보의존 시스템을 교란하고 그러한 기능을 저하시켜 적군의 의사결정을 무력화하는 데에 초점을 두게 된다. 따라서 사이버전자전을 통해 GPS를 교란하는 스푸핑(spoofing)과 같은 공격이 증대하게 된다.
 둘째, 미래전은 ‘자율성(autonomy)’을 지향한다. 예컨대 무인기(Unmanned Vehicles, UAVs), 자율살상무기(Lethal Autonomous Weapons, LAWs) 등 다양한 자율무기가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군사전술과 타격대상을 스스로 조율하는 ‘스워밍(swarming)’ 공격이 증대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AI 무기는 특정 규칙 기반 내에서의 활동(well-bounded tasks)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역동적이고 혼란한 작전환경이나 예상 밖의 새로운 변수가 출현할 경우 마비되거나 혼란스럽게 배회하거나 혹은 우호 세력을 공격하는 등의 실수를 빈번하게 발생시킬 수 있다.
 셋째, 신기술은 미래전의 ‘살상력(lethality)’을 높이고 있다. 각종 무인 지상 감시센서, 항공정찰기, 위성이 제공하는 이미지 정보와 ‘위치·항법·시간(Positioning, Navigation, Timing, PNT) 정보’는 향후 모든 무기체계에 적용될 것이고, 이러한 다양한 감시정찰기술을 통해 포착한 적을 장거리에서 정밀하게 타격하는 무기가 빠르게 증대할 것이다. 또한 장거리 정밀타격을 수행하는 극초음속 무기의 공격에 대해 지향성에너지무기(directed-energy weapon, DEW)를 통한 반격이 시도될 것이다. 
 넷째,  신기술은 전력의 ‘생존성(sustainability)’에 획기적으로 기여한다. 로봇과 무인기는 전방과 후방 사이에서 위험할 수 있는 군사적 지원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고, 3D 프린팅 같은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기술은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무기를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첨단 바이오 기술은 전장에서 전투원이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형원자로나 고용량 충전기술과 같은 첨단 에너지 기술은 군의 병참과 전투지원 능력을 크게 향상시켜 전력의 생존성을 크게 증대시키게 된다. 


미래전 양상 전망

앞서 논의한 신기술이 야기하는 군사적 위협과 미래전장의 성격을 통해 향후 미래전 양상은 다음과 같이 전망해볼 수 있다. 
 첫째, 회색지대전술과 같은 ‘하이브리드 위협(hybrid threats)’과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이 압도적으로 증대할 것이다. 국가가 아닌, 책임소재를 피할 수 있는 대리세력(proxies)으로서 해커, 테러리스트, 민간군사기업(PMCs) 등 비국가 행위자들이 대리전, 사이버 작전, 해저케이블 공격, GPS 재밍, 스푸핑, 허위조작정보 유포(disinformation campaign) 등 비대칭 무기를 사용하여 정보작전이나 회색지대 전술을 수행할 것이다. 특히 전면전을 회피하고자 하는 공격주체는 PMCs에 의한 대리전, 핵심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허위조작정보의 유포를 통한 선거개입 등 회색지대 전술을 사용한 위협을 선호할 수 있다. 
 둘째, 사이버 보안이 취약하고 기술의존성이 높은 국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증대하고 위성 시스템 교란 및 마비 위해 지상 스테이션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증대할 것이다. 
 셋째, 강대국뿐 아니라 기술 저개발국의 경우 고비용이 소요되는 첨단무기 개발을 회피하고 PMCs에 대한 의존도가 증대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지리적 거리로 적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던 곳이 정밀타격과 사이버 공격 등으로 취약성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sanctuary’ 개념이 점점 무의미해질 것이다. 
 다섯째, 선제공격에 대한 유인이 증대할 것이다. 즉 적국의 첨단 신기술을 이용한 선제공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방어국의 입장에서도 정밀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사용한 선제공격에 대한 유인과 심리적 압박감이 증대할 것이다.
 여섯째, 치명적인 신무기가 개발되고 각국이 앞다퉈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무기사용에 의한 군사적 충돌은 불분명한 군사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파괴력이 큰 신무기는 핵무기와 같이 전쟁 결과를 확정시킬 만큼의 치명성에 있어서는 효과가 불분명하다. 즉 사용되지 않은 첨단 신무기와 고도의 전술과 교리를 보유한 각국의 군사적 충돌은 이들 무기 사용국의 예상과는 달리 교착상태와 승패가 불분명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정책적 함의

미래전에 대한 위와 같은 복잡한 전망은 각국이 앞으로 당면한 군사적 대비태세도 더욱 어렵고 불완정할 것을 충분히 예상하게 한다. 더군다나 미래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의 역량과 전력은 단순히 군사력의 강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각국 외교부와 군의 치밀하고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위기관리, 전략대화, 거버넌스, 군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조하는 군사외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불확실성이 강한 미래 군사안보 환경을 감안할 때 국가의 정보역량이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자국의 군사력, 역량, 군사목표에 비해 작전환경과 잠재적 적을 더 잘 파악하고 예측해내는 능력에 있어 자국이 우위를 달성해야 하므로 정부 각 부처의 상호 정보공유가 활성화되고 부처 간 일관되고 통일된 정책결정과 국내와 외부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의 발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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