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문(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정책학 박사)
육지·바다 가장 뜨거웠던 2024년…빙하 녹고 해수면 상승
2024년은 가장 뜨거웠던 한 해로 기록됐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가 3월 19일(현지시간) 공개한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55도 상승했다. 175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구온난화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들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최소 80만 년 중 가장 높았다. 2023년 기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0ppm으로 1750년보다 151%나 증가했다. 메탄과 아산화질소 농도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해양 열 함량은 65년 관측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20년(2005~2024년)간 해양 온난화 속도는 1960~2005년 대비 2배 이상 빨랐다. 해양 온난화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며 해양의 탄소 흡수원 기능을 감소시킨다. 또한 열대·아열대 폭풍을 일으키고 극지방의 해빙과 육지의 빙하를 녹이면서 해수면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평균 해수면 고도는 1993년 위성 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10년(2015~2024년) 사이 해수면 고도는 연간 4.7㎜씩 높아져 1993~2002년(2.1㎜)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상승 속도를 보였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지역 및 지역사회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탄소가 해양에 흡수되면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해양 산성화도 계속되고 있다. 빙하가 녹는 속도도 가팔랐다. 2022~2024년 사이 빙하 질량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1950년 이후 빙하가 가장 많이 줄었던 기록 10건 중 7건은 2016년 이후로 발생했다. 지난해 남극과 북극 지역의 해빙 면적은 1991~2020년 평균보다 작았다. 지난해 남극의 일일 최소 해빙 면적은 199만㎢로 46년간 위성 관측 이래 2번째로 작았고, 북극의 일일 최소 해빙 면적은 428만㎢로 7번째로 작았다.


태풍·폭우·홍수·가뭄·폭염 등 극단적 기상이변…기후 이재민 82만 명
2024년, 인류는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인 기상이변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주거와 기반시설, 산림, 농지, 생물다양성의 파괴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82만 4500명 가량이 이재민이 됐다. 9월 초에 발생한 태풍은 필리핀과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에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9~10월에 미국에 닥친 대형 허리케인은 200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고, 12월 모잠비크에서는 사이클론으로 인해 약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케냐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고 16만 5000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인접국 탄자니아에서는 155명이 수해로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도 홍수로 1,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브라질에서 발생한 홍수는 8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로 인해 580만 명이 피해를 봤다.
반면 다른 지역은 우기가 시작되어야 할 시기에 건조한 날씨로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아프리카 북서부와 남부 내륙의 많은 지역, 특히 짐바브웨, 잠비아, 보츠와나, 나미비아에서 발생한 심각한 가뭄은 농업과 수력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남아프리카에서는 옥수수 생산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300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직면했다. 분쟁, 가뭄, 식량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중반까지 18개국에서 식량 위기가 악화했다. 남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대형산불로 이어져 큰 피해를 겪어야 했다. 지난해 초 칠레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강풍과 건조한 날씨 속에 민가를 덮치면서 137명이 숨지고 1만 6000호 가까운 주택이 피해를 봤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지난해 17년 만에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했다. 캐나다와 미국을 덮친 산불은 30만 명의 집을 앗아갔다.

또한, 지난해 전 세계는 극심한 폭염에 시달려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낮 기온이 52℃에 달하는 폭염이 덮치면서 이슬람 성지순례 도중 사망한 사람이 무려 1,301명에 달했다. 열사병 치료를 받은 사람도 46만 명이 넘었다. 폭염은 미국 중서부에서 동북부까지 뒤덮었다. 미국 인구 3억 명 가운데 약 절반인 1억 4630만 명, 동부에서만 약 1억 명이 폭염 영향권에 놓였다. 네바다주와 텍사스주 등 6개 주에서 최소 38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이어진 무더위로 155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도 100여 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고,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균 기온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한국 폭염일수 역대 2위, 열대야일수 1위…노년층·야외 노동자 피해↑
2024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0.1일로, 2018년 31.0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2024년 열대야일수는 24.5일로, 1994년의 16.8일을 뛰어넘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024년 6월부터 이르게 시작된 폭염은 8월에서 9월까지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장기화된 폭염은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평균 기온, 중부지방의 9월 폭염경보 발효 등 극단적인 폭염과 관련된 새로운 통계 기록을 여럿 남겼다. 이처럼 2024년은 폭염의 발생 시기와 기간, 강도 등 모든 측면에서 기록적이었다.
폭염은 자연재해 중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오는 심각한 기후재난이다. 2018년 기록적인 폭염 이후 한국에서도 폭염이 중대한 자연재난으로 지정됐다. 폭염은 기후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상재해이지만, 현상 자체가 뚜렷하지 않아 재난 발생 시기와 주기 등의 파악이 어려우며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우려할 점은 폭염이 태풍, 호우, 대설 등과 같은 다른 자연재해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평균 40명으로 호우 13.1명, 태풍 3.9명 등과 비교할 때 폭염이 가장 인명피해가 심각한 재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폭염은 또한 취약계층에서 피해가 더 많이 나타난다는 특징을 가진 재난이다. 특히 노년층과 야외 노동자에게 더 위험한 것으로 분석된다. 온열질환자는 주로 50대 남성, 60대와 7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발생 장소를 보면 야외작업장과 논·밭이 가장 많았다. 집은 실내 사망 장소 중 가장 비율이 높은데, 논·밭과 집에서 사망한 온열질환자의 경우 70세 이상의 고령층 비율이 높았다. 2024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3,704명으로,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환자의 30.4%를 차지했고, 실외 작업장에서 31.4%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25.6%로 가장 많았다. 노년층과 저소득층, 야외 노동자들의 폭염 피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폭염에도 쉴 수 없어 쓰러지는 노동자…유명무실한 작업중지권
지난해에도 폭염에 노동자들이 쓰러졌다. 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배수시설 작업 현장에서도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고 부산의 건설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살인적인 더위가 지속되면서 건설 현장 곳곳에선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했다. 근로복지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업재해는 147명이었는데, 이중 건설업에서 70명(48%)이 발생했다. 특히 온열질환 사망자 22명 중 15명(68%)이 건설노동자였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을 내놓는 등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1도를 넘으면 각 사업장은 물·그늘·휴식을 제공해야 하고, 33도(주의 단계)가 넘으면 매시간 10분씩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하며, 35도(경고단계)가 넘을 경우 매시간 15분씩 휴식과 무더위 시간대(오후 2∼5시)에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권고’에 그쳐 현장에서 작동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동조합이 지난해 7월 말 건설노동자 1,5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폭염에 노동하면서도 노동자 15%가 물조차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특보 발령 시 매시간 10~15분의 규칙적인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들은 18.5%에 불과했으며 폭염경보 땐 오후 2~5시에 옥외작업을 중지하게 되어 있지만 80.6%는 별도의 중단 없이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작업 중단을 요구한 노동자는 11%에 그쳤고 89%가 요구한 적 없다고 답했다. 대다수가 현장에서 쫓겨날까 봐(26.2%), 해봐야 안 되기 때문(30%)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는 노동자도 26.2%에 달했다.
지난해 9월 26일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를 개정해 사업주가 폭염과 한파에 따른 노동자들의 건강장해를 예방해야 할 의무를 부과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2025년 6월 1일)을 앞두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23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령안은 폭염·폭염 작업 정의 신설, 실내 폭염 작업 시 조치 규정, 폭염 작업 시 온열질환 예방 조치 규정, 폭염 작업 시 휴식 시간 부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권고에 불과했던 체감온도에 따른 사업주가 해야 할 조처 내용이 안전보건규칙 개정으로 법적 강제성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개정법과 개정령안이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핵심적으로 노동자들이 스스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조항이 최종 개정안에서 삭제됐고, 배달·택배·이동노동 등 특수고용 노동자가 배제됐으며, 건설 현장에 냉방기 설치는 제외되고 연속공정의 경우 의무 적용에서 제외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폭우·대형 산불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취약계층 주거권 위협
최근 들어 폭우와 산사태, 대형산불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22년 여름 수도권과 포항에서는 폭우와 태풍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지하 주택 침수피해로 4명이 사망했고, 경북 포항시에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3년 여름에도 경북지역에서 산사태와 폭우로 26명이 사망했고, 충북 청주 지하차도에서 14명이 숨을 거뒀다. 대형산불은 2022년 3월 강원·경북, 2023년 4월 강원 강릉에 이어 2025년 3월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주고 나서야 사그라들었다. 다양한 기상이변의 형태로 일상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는 이처럼 최상위 인권인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재난이 우리가 사는 집을 덮치면서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의 열악한 집이 기후재난 상황에서 흉기가 되어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기후위기가 대부분 지역에서 물 부족, 식량난, 건강, 도시, 주거지, 인프라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며, 일부 지역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거주불능지’가 되어 이주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집은 추위와 더위 등 혹독한 외부환경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지만 취약계층의 집은 기후재난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주거권은 ‘적정 주거에 대한 권리(right to adequate housing)’로 불리며,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의되고 있다. 적정 주거에 대한 권리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사회권규약* 제11조에 포함되어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의하면 적정 주거에 대한 권리는 단순하게 지붕이 있는 주택을 가질 권리를 넘어서 쫓겨나지 않을 권리와 함께 부담가능한 비용으로 사생활, 적절한 공간과 입지, 보안성, 조명 및 환기, 시설 및 설비가 확보되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은 가장 뜨거웠던 한 해로 기록됐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가 3월 19일(현지시간) 공개한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약 1.55도 상승했다. 175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구온난화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들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최소 80만 년 중 가장 높았다. 2023년 기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0ppm으로 1750년보다 151%나 증가했다. 메탄과 아산화질소 농도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해양 열 함량은 65년 관측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20년(2005~2024년)간 해양 온난화 속도는 1960~2005년 대비 2배 이상 빨랐다. 해양 온난화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며 해양의 탄소 흡수원 기능을 감소시킨다. 또한 열대·아열대 폭풍을 일으키고 극지방의 해빙과 육지의 빙하를 녹이면서 해수면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평균 해수면 고도는 1993년 위성 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10년(2015~2024년) 사이 해수면 고도는 연간 4.7㎜씩 높아져 1993~2002년(2.1㎜)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상승 속도를 보였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지역 및 지역사회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탄소가 해양에 흡수되면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해양 산성화도 계속되고 있다. 빙하가 녹는 속도도 가팔랐다. 2022~2024년 사이 빙하 질량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1950년 이후 빙하가 가장 많이 줄었던 기록 10건 중 7건은 2016년 이후로 발생했다. 지난해 남극과 북극 지역의 해빙 면적은 1991~2020년 평균보다 작았다. 지난해 남극의 일일 최소 해빙 면적은 199만㎢로 46년간 위성 관측 이래 2번째로 작았고, 북극의 일일 최소 해빙 면적은 428만㎢로 7번째로 작았다.


태풍·폭우·홍수·가뭄·폭염 등 극단적 기상이변…기후 이재민 82만 명
2024년, 인류는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인 기상이변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주거와 기반시설, 산림, 농지, 생물다양성의 파괴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82만 4500명 가량이 이재민이 됐다. 9월 초에 발생한 태풍은 필리핀과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에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9~10월에 미국에 닥친 대형 허리케인은 200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고, 12월 모잠비크에서는 사이클론으로 인해 약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케냐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고 16만 5000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인접국 탄자니아에서는 155명이 수해로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도 홍수로 1,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브라질에서 발생한 홍수는 8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로 인해 580만 명이 피해를 봤다.
반면 다른 지역은 우기가 시작되어야 할 시기에 건조한 날씨로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아프리카 북서부와 남부 내륙의 많은 지역, 특히 짐바브웨, 잠비아, 보츠와나, 나미비아에서 발생한 심각한 가뭄은 농업과 수력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남아프리카에서는 옥수수 생산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300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직면했다. 분쟁, 가뭄, 식량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중반까지 18개국에서 식량 위기가 악화했다. 남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대형산불로 이어져 큰 피해를 겪어야 했다. 지난해 초 칠레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강풍과 건조한 날씨 속에 민가를 덮치면서 137명이 숨지고 1만 6000호 가까운 주택이 피해를 봤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지난해 17년 만에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했다. 캐나다와 미국을 덮친 산불은 30만 명의 집을 앗아갔다.

또한, 지난해 전 세계는 극심한 폭염에 시달려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낮 기온이 52℃에 달하는 폭염이 덮치면서 이슬람 성지순례 도중 사망한 사람이 무려 1,301명에 달했다. 열사병 치료를 받은 사람도 46만 명이 넘었다. 폭염은 미국 중서부에서 동북부까지 뒤덮었다. 미국 인구 3억 명 가운데 약 절반인 1억 4630만 명, 동부에서만 약 1억 명이 폭염 영향권에 놓였다. 네바다주와 텍사스주 등 6개 주에서 최소 38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이어진 무더위로 155명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도 100여 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고,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균 기온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한국 폭염일수 역대 2위, 열대야일수 1위…노년층·야외 노동자 피해↑
2024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0.1일로, 2018년 31.0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2024년 열대야일수는 24.5일로, 1994년의 16.8일을 뛰어넘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024년 6월부터 이르게 시작된 폭염은 8월에서 9월까지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장기화된 폭염은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평균 기온, 중부지방의 9월 폭염경보 발효 등 극단적인 폭염과 관련된 새로운 통계 기록을 여럿 남겼다. 이처럼 2024년은 폭염의 발생 시기와 기간, 강도 등 모든 측면에서 기록적이었다.
폭염은 자연재해 중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오는 심각한 기후재난이다. 2018년 기록적인 폭염 이후 한국에서도 폭염이 중대한 자연재난으로 지정됐다. 폭염은 기후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상재해이지만, 현상 자체가 뚜렷하지 않아 재난 발생 시기와 주기 등의 파악이 어려우며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우려할 점은 폭염이 태풍, 호우, 대설 등과 같은 다른 자연재해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평균 40명으로 호우 13.1명, 태풍 3.9명 등과 비교할 때 폭염이 가장 인명피해가 심각한 재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폭염은 또한 취약계층에서 피해가 더 많이 나타난다는 특징을 가진 재난이다. 특히 노년층과 야외 노동자에게 더 위험한 것으로 분석된다. 온열질환자는 주로 50대 남성, 60대와 7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발생 장소를 보면 야외작업장과 논·밭이 가장 많았다. 집은 실내 사망 장소 중 가장 비율이 높은데, 논·밭과 집에서 사망한 온열질환자의 경우 70세 이상의 고령층 비율이 높았다. 2024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3,704명으로,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환자의 30.4%를 차지했고, 실외 작업장에서 31.4%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25.6%로 가장 많았다. 노년층과 저소득층, 야외 노동자들의 폭염 피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폭염에도 쉴 수 없어 쓰러지는 노동자…유명무실한 작업중지권
지난해에도 폭염에 노동자들이 쓰러졌다. 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배수시설 작업 현장에서도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고 부산의 건설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살인적인 더위가 지속되면서 건설 현장 곳곳에선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했다. 근로복지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업재해는 147명이었는데, 이중 건설업에서 70명(48%)이 발생했다. 특히 온열질환 사망자 22명 중 15명(68%)이 건설노동자였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을 내놓는 등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1도를 넘으면 각 사업장은 물·그늘·휴식을 제공해야 하고, 33도(주의 단계)가 넘으면 매시간 10분씩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하며, 35도(경고단계)가 넘을 경우 매시간 15분씩 휴식과 무더위 시간대(오후 2∼5시)에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권고’에 그쳐 현장에서 작동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동조합이 지난해 7월 말 건설노동자 1,5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폭염에 노동하면서도 노동자 15%가 물조차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특보 발령 시 매시간 10~15분의 규칙적인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들은 18.5%에 불과했으며 폭염경보 땐 오후 2~5시에 옥외작업을 중지하게 되어 있지만 80.6%는 별도의 중단 없이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작업 중단을 요구한 노동자는 11%에 그쳤고 89%가 요구한 적 없다고 답했다. 대다수가 현장에서 쫓겨날까 봐(26.2%), 해봐야 안 되기 때문(30%)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는 노동자도 26.2%에 달했다.
지난해 9월 26일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를 개정해 사업주가 폭염과 한파에 따른 노동자들의 건강장해를 예방해야 할 의무를 부과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2025년 6월 1일)을 앞두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23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령안은 폭염·폭염 작업 정의 신설, 실내 폭염 작업 시 조치 규정, 폭염 작업 시 온열질환 예방 조치 규정, 폭염 작업 시 휴식 시간 부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권고에 불과했던 체감온도에 따른 사업주가 해야 할 조처 내용이 안전보건규칙 개정으로 법적 강제성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개정법과 개정령안이 폭염으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핵심적으로 노동자들이 스스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조항이 최종 개정안에서 삭제됐고, 배달·택배·이동노동 등 특수고용 노동자가 배제됐으며, 건설 현장에 냉방기 설치는 제외되고 연속공정의 경우 의무 적용에서 제외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폭우·대형 산불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취약계층 주거권 위협
최근 들어 폭우와 산사태, 대형산불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22년 여름 수도권과 포항에서는 폭우와 태풍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지하 주택 침수피해로 4명이 사망했고, 경북 포항시에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7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3년 여름에도 경북지역에서 산사태와 폭우로 26명이 사망했고, 충북 청주 지하차도에서 14명이 숨을 거뒀다. 대형산불은 2022년 3월 강원·경북, 2023년 4월 강원 강릉에 이어 2025년 3월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주고 나서야 사그라들었다. 다양한 기상이변의 형태로 일상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는 이처럼 최상위 인권인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재난이 우리가 사는 집을 덮치면서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의 열악한 집이 기후재난 상황에서 흉기가 되어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기후위기가 대부분 지역에서 물 부족, 식량난, 건강, 도시, 주거지, 인프라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며, 일부 지역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거주불능지’가 되어 이주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집은 추위와 더위 등 혹독한 외부환경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지만 취약계층의 집은 기후재난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주거권은 ‘적정 주거에 대한 권리(right to adequate housing)’로 불리며,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의되고 있다. 적정 주거에 대한 권리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사회권규약* 제11조에 포함되어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의하면 적정 주거에 대한 권리는 단순하게 지붕이 있는 주택을 가질 권리를 넘어서 쫓겨나지 않을 권리와 함께 부담가능한 비용으로 사생활, 적절한 공간과 입지, 보안성, 조명 및 환기, 시설 및 설비가 확보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권규약: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ICESCR)은 1966년 12월 16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다자간 조약으로, ‘사회권규약’ 또는 ‘A규약’ 이라고도 하며 대한민국에서는 1990년부터 발효되었다. 헌법상 사회권적 기본권에 해당되는 권리들이 대부분 사회권 규약에 포함되었으며, 세부적으로는 노동권, 사회보장권,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문화생활을 향유할 권리를 명시하였다.
국제인권기구에서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 제4호에 따른 적정 주거의 구성 요소를 충족하지 못하는 거처를 ‘비적정 주거(inadequate housing)’로 개념화하고 있다. 비적정 주거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재난으로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옥·고(지하, 옥상·옥탑,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가 비적정 주거의 대표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적정 주거에서 화재, 폭염 등 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주거지에서 생명권을 침해하는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거급여 수급자와 주거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의 희생이 반복되고 있다.
반복되는 기후재난에도 불구하고 재난 발생으로 집을 잃은 피해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임시주거지 제공, 대체 주거지 마련 등을 위한 지원 체계는 매우 미흡하다. 2022년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가구는 거의 없었다. 2023년 11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난 피해 가구 중 65.4%는 아직 주거환경이 복구되지 않았고, 37.1%는 중앙·지방정부의 주거지원을 받지 못했다. 또한 재난 피해자 절반 이상(57.7%)은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다. 재난에 대한 정부의 대응 평가도 7개 항목 중 6개가 3점(보통) 미만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불평등한 기후재난, 노동권·주거권·사회적 기본권 보장해야
주거 부문의 탄소배출 저감 정책이 강조되고 기후위기로 인한 주거권 위협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주거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22년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정의로운 전환을 향하여: 기후위기와 주거에 대한 권리(Towards a just transformation: climate crisis and the right to housing) 보고서를 통해 주택에서의 탄소 저감과 에너지 효율화 개선뿐 아니라 기후위기 영향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과 중앙·지방정부의 책무가 규정됐지만,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주거 문제의 심각성과 취약계층 인권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주거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주거권에 관한 실태조사’ 보고서가 제안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주거정책의 방향은 모든 사람과 모든 집에서의 주거권 실현, 기후재난 대응 및 피해복구 지원체계 강화,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주거 품질 규제, 주택의 기후복원력 향상이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2023년 유엔인권이사회는 “대한민국에는 기후위기에 더 취약한 계층이 있으니 이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하며 탄소중립기본법에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정의를 명시하고 국가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 의무를 규정할 것,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위원구성 시 추천 및 위촉 절차를 마련하고 노동자·농어민을 포함하는 등 다양성을 강화할 것 등을 제시했다.
노동환경과 거주환경이 열악할수록 기후재난에 대한 대처 능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그 영향이 불평등하게 나타난다. 기후재난은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그 피해 역시 기존의 자연재해보다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취약계층의 노동조건, 주거, 건강, 위생 등 일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평등이 곧 재난이 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평등한 노동권, 주거권,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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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불평등한 기후재난과 기후위기 취약계층ㅣ권승문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