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한국교통대학교 환경공학전공 초빙교수)
기후위기와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의 헌법불합치 결정
기상청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2024년 여름철 기후 특성 분석자료에 따르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평년(23.7℃)보다 1.9℃ 높아 1973년 이래 1위를 기록하였다. 여름철 전국 폭염일수는 24.0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으며 평년(10.6일)보다 2.3배 많았다.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역대 1위였으며 평년(6.5일) 대비 3.1배에 달했다.
폭염으로 인한 식량 가격 급등을 의미하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익숙하게 되었으며, 우리 국민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을 일상 생활에서 체감하는 한 해가 되고 있다.
최근 유엔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4, UNEP)는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지구 온도는 최대 3.1℃ 상승하고1.5℃ 이내 제한은 사실상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가 2024년 10월 28일 발간한 연보(Greenhouse Gas Bulletin)에 의하면 2023년 대기 중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대기중 농도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이미 1.5℃에 도달했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9월 24일 국회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기후위기가 국가 차원에서 공식 인정되었다. 이 결의안은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 상황임을 선언하고 정부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적극 상향하도록 촉구하였다. 국회 결의안이 나오고 1년 뒤인 2021년 9월 24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었다. 동 법에서 “기후위기란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제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하도록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하여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였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경과와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수정
2018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1.5℃ 특별보고서(Global Warning of 1.5℃)가 탄소중립을 권고한 이후 현재까지 탄소중립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7개 당사국에 불과하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경과를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유엔에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을 제출하는 시점에 2050년 탄소중립을 대내·외에 공표하였다. 그 당시 LEDS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 등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50 퍼센트, 75 퍼센트 감축방안 등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국민 다수의 탄소중립 여론과 2019년 EU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후 2021년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었다. 다만 환경노동위원회는 2021년 8월 19일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2021년 8월 31일 본회의에서는 167인의 국회의원이 투표에 참여하여 42인 반대, 16인 기권, 그리고 109인만이 찬성한 상태에서 의결되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갖는 의미에 비추어 볼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와 노력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알리고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등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 역시 높이 평가할만하다. 다만 실제 탄소중립기본법 운영의 실효성, 신규 제도의 정착 등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개선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한 이후 2021년 12월 23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퍼센트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출한 바 있다. 2021년에 수립된 NDC는 2023년 3월 수정되었는데 감축목표 40퍼센트는 유지하되, 부문간 조정이 이루어졌다. 산업부문 감축량을 810만톤 줄인 반면 전환부문, 국제감축, 탄소포집·저장(CCUS) 등이 확대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산업계의 여건을 감안한 조치라고는 하나 산업부문 감축은 국가재정이 수반되거나 미래의 불확실성이 큰 부문의 감축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스스로 결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년 단위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파리협정과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년마다 재검토하여 변경·설정하도록 하고 있는 탄소중립기본법 규정에 따라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25년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 입법 동향
최근의 국회 입법 동향을 살펴보면 다수의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발의(2024.9.24, 2024.9.25, 2024.9.30, 2024.10.10)되어 있으며, 기후위기인지 예산제도 도입,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촉진 등에 관한 특별법(2024.7.23), 기후위기 적응 및 국민안전 강화에 관한 특별법(2024.9.12) 제정 법률안과 지방재정법 개정안(2024.9.30) 등 탄소중립기본법과 관련된 제·개정 법안들도 발의되어 있다.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다수 발의된 상태이다.
현재의 지구온난화 추세, 헌법재판소 결정, 국회 입법 동향 등 상황을 감안해 보면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이후 제반 여건 등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토대로 기후위기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탄소중립 관련 입법 논의가 폭넓게 이루어져야 할 때다.
탄소중립 관련 입법 논의 주요내용과 방향
탄소중립 입법 논의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주요 내용과 방향을 아래와 같이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는 구체적 수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이 설정될 2035년 NDC를 기준으로 2050년까지 선형 감축 내지 강화된 감축을 원칙으로 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된다. 물론 2025년까지 마련하게 되는 2035년 NDC는 파리협정 제4조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에 따른 진전의 원칙을 적용해서 설정해야 한다.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등 부문별 감축 비율의 형평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목표 기간 동안의 감축 여력, 기술 여건 등도 감안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세대간 형평성뿐만 아니라 경제주체간 형평성도 중요하다. 탄소중립기본법 제3조는 기후위기로 인한 책임과 이익이 사회 전체에 균형있게 배분되도록 하는 기후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기본원칙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31~2049년 감축목표 설정 이외에도 지난 8월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제기된 기준년도 총배출량(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기준이 되는 특정 년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과 목표년도 순배출량(해당 연도의 총배출량에서 흡수‧제거된 온실가스 양을 제외) 문제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일관성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NDC 설정을 계기로 순배출량으로 통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주요 심의안건에 대해서는 법률안 입법예고에 준하는 폭넓은 국민의견수렴 절차를 규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둘째, 기후위기 적응 입법의 추진이다. 유엔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 보고서들은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상당기간 동안 지구기온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못지 않게 현실적으로 기후적응대책이 중요한 이유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당시를 보면 기후적응대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과 적응대책 이행체계 구축을 별도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되었으나, 국회 심사과정에서는 향후 법 집행과정에서 기후위기 적응법 도입 필요성을 지속 검토하기로 하고 기후적응 부문을 포함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이제는 기본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구체적 정책수단을 담은 실행법으로서의 기후적응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기후적응 관련 법안들은 주로 기후위기 취약계층 및 피해 지원, 기후위기 정보관리체계 등을 다루고 있는데, 기후적응대책 및 사업의 적절성 평가와 주기적 이행 점검 등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조치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 환경부장관 소속 기후적응 전담 전문기관을 설치하여 적절성 평가와 이행점검 기능을 담당하게 하는 것도 논의해 볼 만하다.
셋째,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관련해서는 국가재정법이 개정되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을 포함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를 실시하도록 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취지에 맞게 지방재정법 개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지방재정법 일부개정 법률안(2024.9.30 발의)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2025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서 및 기금운용계획서 작성지침(2024.4, 기획재정부, 환경부, 한국환경공단)은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탄소중립기본법 제24조는 예산과 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재정운용에 반영하는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감축사업뿐만 아니라 배출사업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정부는 제도 시행 초기인 점 등을 감안하여 우선 감축사업만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들의 취지를 고려할 때 배출사업까지 대상으로 확대하는 온실가스인지 예산제도로 전환하여, 정부 예산 전체에 대한 배출 및 감축 효과 분석, 특히 정부의 주요 보조금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및 단계적 지원 축소 등과 같은 실질적인 효과를 달성하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적 보완도 요구된다.
넷째, 탄소중립기본법은 기본법 성격을 가지므로 기본법에서 원칙·방향·목표 등을 규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하여 개별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규정들이 다수 있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제24조), 탄소 포집·이용·저장기술의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제34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촉진(제58조) 등이 그것이다. 후속조치로 국가재정법이 개정(2021.6.15)되었고,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2024.2.6)되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 촉진 법률은 미비한 상태로 이번 제22대 국회에 관련 법률이 특별법으로 발의되어 있는 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점을 감안할 때 기본법에서 유보한 법률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섯째,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이산화탄소, 메탄 등 6종을 온실가스로 규정하고 있으며 동 법이 위임한 대통령령에 별도의 온실가스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당시 발의된 법안들 중에는 삼불화질소(NF3)를 온실가스에 포함시키는 규정이 있었으나, 2021년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은 2024년부터 삼불화질소의 배출량을 포함하는 보고서 제출의무가 있어 2024년부터 온실가스에 포함시켜야 하는 항목으로서 대통령령에서 규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였다. 2024년 9월 10일 환경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모든 유엔 기후변화총회 당사국은 2006 IPCC 지침을 적용한 온실가스 통계를 올해 연말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며 향후 2035년 NDC 수립시에 활용된다. 2006 IPCC 지침을 적용한 2018년 배출량은 종전 1996 IPCC 지침을 적용하여 산출한 725.0백만톤 대비 773.0백만톤으로, 2021년 배출량은 676.6백만톤 대비 721.4백만톤으로 증가하였다. 동 보도자료는 신규 온실가스(NF3) 등 신규 배출원 추가 등을 주요 증가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2012년 교토의정서 도하개정(Doha Amendment)은 1997년 교토의정서가 정한 이산화탄소 등 6종 외에 삼불화질소(NF3)를 온실가스로 추가하였으며, 최근의 연구 보고서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 등에서 주로 배출되는 삼불화질소가 온실가스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 등 관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등에서 삼불화질소를 온실가스로 포함시키고 저감기술 연구 등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섯째,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화 추진 입법 관련해서는 특위가 상설화 될 경우, 입법권과 예산심사권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상황에 대한 주기적 점검·평가를 특위가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연도별 감축목표의 이행현황을 매년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기후특위 내에 별도의 점검·평가 전문가 그룹을 구성·운영하여 이행점검 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
지구기온 상승이 속도의 문제인 것처럼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위기 적응 역시 그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우리 인류는 무한한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굳이 발표되는 국내·외 보고서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국회 본관 앞마당에 설치되 있는 기후위기시계가 이를 상징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 관련 입법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다행한 일이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기술이 진전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국민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Emissions Gap Report 2024 (2024.10.24.) / UN Environment Programme
Global warming of 1.5 ºC:summary for policymakers (2018)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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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부응하는 탄소중립 입법 논의|홍정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