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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동북아 안보환경과 한중관계|이영학 박사

이영학(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며
지난 11월 6일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은 미국뿐만 아니라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특히 트럼프 2기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초점을 맞추어 동북아의 안보환경과 한중관계를 검토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동북아의 안보 구조 및 구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그에 따른 주요 이슈를 식별한 후,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한다.


2.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과 동북아 안보환경
첫째, 미국의 대중국 억제 강화와 이에 대한 중국의 ‘원칙적’ 대응으로 인해 미중 전략 경쟁은 계속해서 심화될 것이다. 트럼프 2기에서는 1기 때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데에서 더 나아가, 중국을 ‘위협’, ‘위험’, 심지어는 ‘적’으로 규정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2기의 대중국 안보·군사 정책은 글로벌과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투사 및 확장을 억제하고, 대중국 군사력 우위 유지를 목표로 삼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역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 역외 나토 등과의 연계 및 공조 강화를 추진할 것이다. 다만, 해당 국가들은 미국의 대중국 억제 및 견제에 동참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서 손해를 입으면서도 미국으로부터 반대 급부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동맹관’에 따라 양자관계 차원에서 미국으로부터 압박과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국 견제 동참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헤징 전략(Hedging Strategies)을 채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는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공영(윈-윈)”의 원칙에 따라 미중관계를 관리하려 할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및 견제에 대해 이슈별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소통 강화, 이견 관리, 협력 확대”의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전략 경쟁의 주요 이슈로는 대만 문제, 남중국해, 역내 지상기반 중거리(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INF) 미사일 배치, 핵전력 증강 경쟁 등이 있다. 대만 문제는 트럼프 당선자가 경선 과정 중 중국의 대대만 침공 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 여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임으로써, 전임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적 개입 확답을 통한 전략적 명확성을 보였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입장을 보였고, 중국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으로 판단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1기 대만 문제를 대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면서 대만과의 군사훈련 실시, 무기 판매 지속, 고위급 교류를 확대했던 것과 같은 정책들은 2기에도 실질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의 대대만 정책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대대만 포위 및 봉쇄 군사훈련을 포함한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이 주권 독립 국가로서의 대만과 중국은 상호 예속 불가하다는 ‘신양국론’ 입장을 더욱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압박, 미국의 정책 및 대만 내 여론 등을 고려하여 기존의 입장을 완화할 것인지도 관찰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남중국해 이슈 관련, 트럼프 2기는 1기와 유사하게 중국의 영유권 주장 및 이를 위한 조치에 대해 아세안 분쟁 당사국 및 역내 동맹국들과 함께 항행의 자유 작전과 역내 연합훈련 실시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역내 INF 미사일은 바이든 행정부에서처럼 대중국 군사적 억제를 위해 괌에 상주하다 위기 시 필리핀, 일본 등에 전개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역내 배치 가능한 미국의 INF 미사일은 주로 SM-6와 토마호크 미사일로서, 대함 및 대지 중거리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중국은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예의주시할 것이다. 역내 미 동맹국에 배치 동향 관측 시 해당국에 대한 압박 및 유인을 통해 미사일이 배치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자국의 미사일 방어 및 정밀타격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을 위협 요인으로 지적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핵 경쟁국을 동시에 억제하기 위해 핵전력 증강을 추진할 것이다. 주로 육상 기반 대륙 간 탄도 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해상 기반 핵추진 전략잠수함 및 공중 기반 전략폭격기 등 핵 3축 체계 능력을 확장하고 현대화 추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핵 지휘통제체계 현대화, 공중발사 순항미사일(Air-launched cruise missile, ALCM)의 향후 장거리 원격(Long Range Stand Off, LRSO) 순항미사일 대체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미국은 러-우 전쟁 조기 종식을 통해 미러 관계를 개선하려 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러북 관계, 한러 관계 및 중러 관계에도 연쇄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러-우 전쟁의 종식은 러북 간 군사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협력의 동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북한의 대규모 병력 파견을 포함한 군사 지원에 대한 반대 급부로서 러시아의 대북한 군사 및 경제 지원 가능성은 상존한다. 다만, 러시아의 대북한 첨단 군사기술, 즉 군사 정찰위성, ICBM, 전투기, 핵잠수함 등의 지원 여부는 한러 관계 및 북미 관계의 개선 여부와도 연계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한러 관계의 변곡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관리하려 할 가능성이 높은데, 관건은 한국의 입장 전환 여부로서 이 역시 러북 군사 협력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러 관계 개선으로 인해 중러 간 전략적 협력의 동력 약화 가능성도 있다. 중러 간 전략적 협력의 가장 중요한 동인은 미국의 대러시아 및 대중국 억제에 대한 공동 대응, 즉 대미국 균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러 관계에서 이견이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예외일지라도 미국에 대한 전략적 신뢰가 낮으며, 중러 모두 미국의 대중국 및 대러시아 억제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미북 정상회담을 통한 북핵 협상 추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선 과정 중에 언급한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과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북핵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할 수 없고 오직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 추진에만 동의할 수 있으며, 한국 역시 핵심 당사국으로서 비핵화 협상 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하되 중간단계를 설정하는 ‘비핵화 중간단계론’에 대한 수용 여부도 많은 논쟁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북중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북미 간 대화 및 협상은 환영하되,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북핵 협상을 북한과 미국 주도로 진행하고, 특히 북한이 중국을 배제하려 한다면 중국은 매우 불편한 입장을 드러낼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이 중국에 어떻게 접근할지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라고 판단된다. 트럼프 1기 북미 정상회담(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 전후로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전략적 소통을 강화했던 접근법을 다시 선택할 것인가? 이는 북미 정상회담 실패 가능성에 대비한 일종의 헤징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방침 폐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이다. 중국이 2018년과 2019년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한 주요 배경 및 원인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패싱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일 뿐만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넷째, 한미동맹은 여러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 후, 한국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재추진하면서 주한미군의 감축 및 철수, 연합훈련의 축소,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 등을 강제하려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안보·군사 전략가들은 이를 통해 현 주한미군을 대북 위협 억제 및 대응 보다는 대중국 위협 억제 및 대응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주한미군의 주요 임무는 북한의 위협 억제 및 대응이며, 이러한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편성 및 규모의 일부 조정, 그리고 대다수 한국민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은 협상할 수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요구와 달리, 미국의 대한국 확장억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프로젝트 2025> 국방 분야에서는 나토를 혁신하여 미국의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억제하는데 필요한 재래식 전력의 대부분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핵 억제력은 주로 미국에 의존하도록 하고, 유럽에서 미국의 군사 태세를 축소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고, 한국으로 하여금 대북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이 대북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도록 하면서, 핵 억제력은 미국에 의존토록 하기 위해 확장억제를 지속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한국 내 주한미군의 감축/철수 우려 및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 위기 고조 시, 자체 핵무장론, 잠재적 핵능력 구축, 전술핵 재배치 등의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3. 한중관계에 대한 영향 
한중관계 차원에서는 첫째, 미국의 대중국 억제에 한국이 동참할 것인지 여부 및 그에 따른 이슈들로 주한미군 임무의 전환, 즉 대중국 견제 성격 중심으로의 변화에 대한 동의 여부, INF 미사일 배치 및 대만 문제 관여 등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의 임무 전환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며, 특히 대만 유사시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임무 수행에도 반대의 입장을 유지할 것이다. INF 미사일 역시 한국의 신중한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 미국이 이를 압박하지 않도록 협의를 통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미국의 대대만 정책이 질적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현 정부의 기존 입장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북미 정상회담과 북핵 협상 추진 여부 및 그에 따른 이슈들로서, 특히 한중 간에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용인 불가, 핵군축 협상 불가, 비핵화 목표 유지, 북미 간 북핵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은 주요 당사국 및 관련국으로서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공통의 이익을 확인하면서 전략적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해시태그

#트럼프 # 미국대선 # 북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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