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수(한국환경보전원 원장)
1. 기후위기,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 문장은 경고를 넘어 현실이 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평년(23.7℃)보다 1.9℃ 높아 1973년 전국 단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4일로 평년(10.6일)의 2.3배에 달해 역대 세 번째로 많았으며,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평년(6.5일)의 3.1배를 기록하며 사상 최다치를 경신했다. 이로 인해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이상고온+물가 상승)’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식량 가격이 급등했으며, 국민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국지적 집중호우, 초강력 태풍, 계절 변화의 불균형, 생물종 감소 등 기후위기의 충격이 일상화되면서 국가 기반시설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국제사회도 경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가 발표한 ‘2024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4)’에 따르면, 2024년 전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5℃ 상승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농도는 지난 80만 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3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0ppm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1% 증가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1.5℃ 임계점이 처음으로 무너진 지금,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2. 기후위기 시대 실천적 해법 ‘생태복원’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대응 방안으로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환경 교육 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에 더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생태복원’이다.
생태복원은 단순히 훼손된 자연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충격을 흡수하고 생태계의 자정 능력을 회복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핵심 전략이다.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GBF)’와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에 따른 ‘30x30 정책’*은 생태복원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 30x30 정책 : 2030년까지 지구 면적의 30%를 생물다양성을 위해 보존하자는 국제 캠페인
3. 대한민국 생태복원 사업의 가치와 효과
기후위기 극복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은 국토 곳곳에서 다양한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훼손된 자연을 되살리는 것은 생물다양성 보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장항습지, 익산·김제 축산단지, 그린벨트 훼손지역 등의 생태복원이 있으며, 이는 생태복원과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 장항습지 생태복원(2024~2029년): 국내 최초의 산업지역 생태복원 사례로, 과거 구리 제련 공장 운영(1936~1989)으로 중금속에 오염된 서천 옛 장항제련소 부지를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고, 생태습지와 탐방로를 조성하여 서천군 일대를 서해안 광역권의 생태 거점이자 치유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해당 지역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주변 관광 자원이 풍부해, 향후 생태교육과 체험 등 지역 주민을 위한 생태계 서비스 창출이 기대된다.

특히, 이 사업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생물지리학적 가치를 지닌다. 인근 서천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보호지역으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서천갯벌을 찾는 도요새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철새 서식지 복원의 일환으로 생태습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탐방객들이 철새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조류관찰대, 역사와 생태를 아우르는 탐방로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을 조성하여, 서해안의 대표적인 생태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람사르 습지 :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따라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가지거나, 희귀동물 서식지 및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습지
• 익산·김제 축산단지 생태복원(2023~2025년): 새만금유역의 수질 개선과 생태축* 회복을 목표로 익산 왕궁과 김제 용지 일대에서도 생태복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곳은 만경강 상류의 축사 밀집 지역으로, 오랜 기간 축산폐수와 오염물질 유출로 인해 새만금 수질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에 해당 지역은 새만금유역 수질보전을 위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됐으며, 현재는 현업축사 매입과 철거, 수림대 및 습지 조성 등을 통해 수질 개선과 생태축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 생태축 : 전국 또는 지역 단위에서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고 생태계 기능의 연속성을 위하여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 또는 생태적 기능의 유지가 필요한 지역을 연결하는 생태적 서식공간
• 고양시 그린벨트 훼손지역 복원(2024~2026년):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방지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공간이지만, 그동안 훼손된 지역에 대한 복원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22년 12월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UN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CBD) COP15)에서 채택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이행을 위해 백두대간과 정맥 300m 이내의 자연환경 훼손지를 복원하는 부처 간 협업 모델이 마련되었다.
이 모델의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일대에서는 약 3만 6,000㎡의 토지가 매수되어 습지와 양서·파충류 서식지를 조성 중이며, 도로로 단절된 한북정맥*을 연결하는 생태통로 복원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생태가치 회복과 생물다양성 증진, 수원함양 기능 강화는 물론, 생태교육과 탐방 기능까지 갖춘 복원 사례로 확장될 전망이다.
* 한북정맥 :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강원도 철원에서 경기도 파주시 교하동 장명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
• 탄소흡수원 확대 및 수변녹지 조성: 온실가스 감축과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수계에서 생태녹지 조성과 탄소흡수원 확대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까지 총 35㎢ 규모의 생태녹지가 복원되었으며, 이는 여의도 면적의 약 12배에 달한다. 이 사업을 통해 오염원을 제거하고 상수원 수질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나아가 수질 정화와 생태계 회복에도 기여했다. 특히, 경기 양평 지역에서는 식생종이 2011년 150종에서 2019년 245종으로 증가하는 등 생물다양성 또한 크게 향상되었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흡수력이 높은 수종을 활용한 ‘탄소흡수 특화숲’ 조성이 확대되며, 2024년에는 연간 1,447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2년에는 수변녹지 3개소가 산림탄소상쇄제도에 등록을 완료했으며, 2개소의 추가 등록도 진행 중이다. 또한, ‘한강수계 수풀로’는 생태 탐방과 환경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생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탄소흡수원을 넘어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의 환경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4. 지속가능한 생태복원을 위한 전략적 과제

기후위기의 심화 속에서 생태복원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기후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공 부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속가능한 복원을 실현하고 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도적 기반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민간기업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과 연계하여 생태복원 사업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 공공 부문의 기술력과 민간기업의 자본이 결합된 협력 모델은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등 국제적 이니셔티브 대응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12월, 한국환경보전원은 현대자동차, 아산시와 업무협약을 통해 충남지역 9,000㎡ 규모에 수서생물원, 철새관찰대, 생태학습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참여 범위 및 역할을 구체화하고, 법·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인센티브 체계를 마련하여 기업이 자발적으로 지속적인 생태복원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 TNFD(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 생물 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2021년 세계환경의 날인 6월 5일 출범한 기구(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 유엔개발계획(UNDP), 글로벌 캐노피, 세계자연기금(WWF) 등 참여)로 기업의 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개를 지원
한편,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자연환경복원지원센터’ 설립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 개정안은 향후 ‘30×30 얼라이언스’ 운영, ESG 연계 사업 확대, 인센티브 제공, 우수 사업 인증 체계 구축 등 민관 협력 기반의 생태복원 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환경부, 한국환경보전원,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등 관계 기관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책 연계와 정보 공유를 통해 민관 협력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대규모 생태복원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서는 ‘보상전문기관’ 추가 지정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태풍의 증가로 하천정비사업이 확대되고 있으나, 현행 「하천법」은 토지 보상 범위를 하천구역에 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태축이나 보호지역 복원과 같은 대규모 사업의 설계부터 토지 매입, 수용, 복원에 이르는 전 과정의 통합적 추진에 제약이 발생하며, ‘30×30 정책’ 등 국제 협약 이행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관계 기관들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등 보상 체계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제도가 정비되면 수변구역, 습지, 보호지역 등을 포괄하는 복원사업이 보다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으며, 생태계 연결성 회복과 기후위기 대응 역량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지속가능한 국토 관리 실현과 생태복원 범위 확장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생태복원의 패러다임은 전환되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고,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될 때, 생태복원은 더욱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위해 지금이야말로 생태복원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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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기후위기 대응, 생태복원에서 길을 찾다ㅣ신진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