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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특집③] AI 에이전트 시대를 맞이하며
한 사람이 열 명의 AI 직원과 함께 일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이미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다. 사람이 목표를 정해 주면 AI 직원은 시장 조사, 제품 개발, 홍보, 고객 응대, 회계 업무를 나누어 맡는다. 사람은 관리자이자 최종 의사결정자가 되고, AI는 말없이 일하는 디지털 직원이 된다.
이러한 변화를 인공지능(AI) 에이전트라 부른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고 글을 써 주는 도구였다면,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받아 일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이용자가 모든 절차를 지시하지 않아도 과제를 나누고, 자료를 찾으며, 외부 도구를 호출하고, 결과를 점검한다. 때로는 다른 AI와 역할을 나누어 협업하기도 한다.

AI 에이전트는 도구활용, 기억, 자율판단 이 세 가지 핵심 능력을 바탕으로 일한다. 이 능력을 갖춘 여러 AI가 역할을 나누어 함께 일할 수도 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능력을 차례로 살피며, 각 능력이 가진 가능성과 그 한계를 짚어 본다.

I. 도구를 쓰는 인공지능
AI 에이전트의 첫 번째 능력은 도구 활용이다. AI가 웹을 검색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외부 서비스와 연결되는 것이다. 예전의 AI가 책상 앞 조언자에 가까웠다면, AI 에이전트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쥔 직원에 가깝다. 예컨대 아마존은 2025년 봄 ‘Buy for Me’라는 기능을 선보였다. 아마존에 없는 상품을 검색하면 AI 에이전트가 제3의 사이트에 접속해 결제 정보를 입력하고 주문을 대신 넣는다. 단순히 제품 정보를 설명하던 생성형 AI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회사 업무를 맡은 AI 에이전트도 비슷하게 움직인다. 회사 전산 시스템을 확인하고, 회의록을 정리하며,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고, 담당자에게 후속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이러한 복합 업무 능력은 사람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소상공인같은 조직에 특히 중요하다. 영업, 회계, 홍보, 고객 응대, 자료 조사를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때가 많은데, AI 에이전트가 디지털 직원 역할을 맡으면 이런 병목이 줄어든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연구자는 자료 검색과 요약을 맡길 수 있고, 교사는 수업 자료 초안을 얻을 수 있다. 제대로 쓰면 AI 에이전트는 우리의 역량을 보완하는 장치가 된다.

하지만 AI의 도구 활용이 늘어날수록 손해를 입을 위험도 커진다. 결제 기능을 갖춘 AI가 잘못된 결제를 실행할 수 있고 금융 계좌나 거래 플랫폼과 연결된 AI가 시장을 잘못 판단하면 큰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외부 웹페이지나 문서에 숨은 악의적 지시를 정상 명령으로 오해할 위험도 있다. AI가 현실의 시스템과 연결될수록, 실수의 결과가 현실의 손해로 이어진다.
따라서 AI 에이전트에게 부여하는 권한의 한계를 정하고, 사람이 계속 통제할 필요가 있다. 어떤 도구를 쓸 수 있는지, 어디까지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정해야 한다. 검색과 요약만 허용할지, 외부 발송까지 맡길지, 결제나 계약처럼 사람의 승인이 필요할지 구분해야 한다. 회사 내부 자료를 보는 권한과 외부 웹을 탐색하는 권한도 나누어야 한다. 작업 기록을 남기는 일도 중요하다. 어떤 AI가 어떤 자료에 접근했고, 어떤 도구를 호출했으며, 어느 단계에서 사람이 승인했는지 남겨야 한다. 준비할 것이 많은 만큼 우리는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법을 차근히 익혀야 한다
II. 기억하는 인공지능
AI 에이전트의 두 번째 능력은 기억이다. 좋은 직원은 맥락을 기억함으로써. 어떤 고객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직장 상사가 어떤 보고서 양식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반복된 요청과 업무 이력을 기억하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매번 새로 익혀야 하는 도구가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익힌 직원이 되는 셈이다. 사람 직원은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옮기거나 퇴사할 수 있지만, AI에 축적된 업무 기억은 계속 남을 수도 있다.이러한 기억은 업무의 품질을 높인다. 고객 응대 AI가 지난 상담 이력을 이해하면 고객이 이미 알고 있는 설명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된다. 문서 작성 AI가 조직의 용어와 문체를 익히면 실제 업무에 가까운 글을 작성한다. 일정 관리 AI가 회의 습관을 기억하면 더 적절한 시간을 제안할 수 있다. 기억하는 AI는 단순한 응답 도구를 넘어 조직의 지식을 이어 주는 매개자가 된다.
하지만 기억의 편리함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이메일, 일정, 문서, 사진, 구매 이력, 위치 정보가 오래 쌓이면 한 사람의 생활 전체가 드러난다. 회사에서는 고객 명단, 인사 평가, 영업 전략 등이 한곳에 모인다. 정보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여도 오래 쌓이면 민감한 자산이 된다. 유출되었을 때의 피해도 그만큼 커진다.

그래서 AI 에이전트에게는 기억하는 능력만큼 잊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용자는 AI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기억은 지우고, 필요한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기업은 AI가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그 정보를 누구와 공유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단순히 이용약관에 한 줄 더 추가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AI 시대의 데이터 관리는 조직 운영의 기본 규칙이 되어야 한다.
III.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세 번째 능력은 자율 판단이다. AI 에이전트는 이제 사람의 지시를 받으면 그 수행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 “이번 달 매출을 분석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필요한 자료를 찾고, 비교 기준을 정하고, 표와 설명을 만들 수 있다. 목표가 주어지면 과제를 단계별로 나누고,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판단하며, 중간 결과를 다시 검토한다. 바로 이 점이 생산성 개선의 원천이 된다. AI가 단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직원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AI 에이전트의 자율성 덕분에 활용 범위는 크게 넓어진다. 영업 담당 AI는 잠재 고객을 분류하고 마케팅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법무 보조 AI는 계약서에서 검토할 조항을 골라낸다. 연구 보조 AI는 가설을 세우고 관련 자료를 찾는다. 사람은 반복 절차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판단에 시간을 쓸 수 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작은 조직일수록 이런 보조 기능의 가치는 커진다.

하지만 AI의 자율적 판단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AI가 실수한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캐나다의 한 사례를 보자. 한 항공사 챗봇이 고객에게 항공권 할인 조건을 잘못 안내했다. 이용자는 할인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고 항공권을 샀지만, 실제로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용자는 할인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캐나다 법원은 챗봇의 잘못된 안내에 대해 항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원이 고객에게 잘못 안내하면 회사가 책임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기업은 AI의 자율성이 커질수록 자신의 책임 범위도 커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객과 만나는 창구에 AI를 둔다면, 그 안내와 실행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중요한 거래, 대량 작업, 민감 정보를 다루는 일에는 사람의 확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자율성을 부여하려면 그 경계도 명확히 정해야 한다.
Ⅳ. 함께 일하는 멀티 에이전트
가장 뛰어난 AI 하나면 충분할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등장한 것이 멀티 에이전트다. 사람의 조직에서 팀을 나누어 일하듯, AI 조직도 역할 분담을 시작했다. 한 AI에게 모든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AI가 역할을 나누어 일하는 구조다. 하나는 자료를 찾고, 하나는 초안을 쓰고, 하나는 오류를 검토한다. 앞으로는 가장 뛰어난 AI 하나를 쓰는 것보다 여러 AI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AI 시스템의 성능이 결정된다.
여러 AI가 서로의 결과를 검토하면 한 모델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의료나 금융처럼 실수가 큰 피해로 이어지는 분야에서는 특히 유용하다. AI가 상호작용하면서 어떤 정보를 검토했고, 어떤 근거로 결론을 내렸는지 기록될 수 있고, 이 기록은 사람이 결과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된다. 이를 통해 AI 판단을 조금 더 투명하게 만드는 길도 열린다.
이처럼 여러 AI를 조합하고 조율하는 일을 ‘오케스트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인간 조직에 비유하자면 조직도와 결재선을 두는 일이다. 누가 어떤 정보를 활용해 초안을 만들고, 누가 최종 판단을 하며, 어느 단계에서 사람이 검토할지를 정해야 한다. 멀티 에이전트의 핵심은 AI를 많이 쓰는 데 있지 않다. 많은 AI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함께 일하도록 잘 지휘하는 데 있다.

V. 나가며
AI 에이전트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는 AI를 단순한 도구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업무상으로는 사람과 같은 동료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인간처럼 권리를 갖거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판단을 돕지만, 책임의 최종 주체가 될 수도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기본 원칙이다. AI의 직무 범위를 정하고, 접근 권한을 설정하며, 승인 절차를 두어야 한다. 기록을 남기고, 나중에 감사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제 막 AI를 도입하기 시작한 조직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일이 많다. AI에 어떤 업무를 맡길지, 어떤 권한을 줄지, 어떤 경우 사람의 승인을 받을지 정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찬찬히 기준을 세워 가야 한다.

앞으로 AI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인간 관리자의 역할은 달라질 것이다. 사람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실무자에서, 여러 AI 직원의 목표와 한계를 정하는 관리자로 옮겨 갈 것이다. 인간 직원 한 명이 열 명의 AI 직원을 이끄는 회사가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그 변화를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직원을 잘 부리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ㅣ관련자료 모아보기
▶ 국가전략보고서
• 검색 패러다임의 변화, AI 검색 에이전트의 부상. (2025.05.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인공지능정책실 미래전략팀
• 에이전트의 시대, AI에 날개를 달다. (2025.07) / 삼일PwC경영연구원
• AI Privacy Risks & Mitigations - Large Language Models (LLMs). (2025.04.10.) / European Data Protection Board (EDPB)
• Visibility into AI agents (2024.06.05.) / Association for Computiong Machinery
• AI-Trader: Benchmarking Autonomous Agents in Real-Time Financial Markets (2025.12.01.) / Cornell University
• Agentic AI - Threats and Mitigations (2025.02.07.) /OWASP Gen AI Security Project
▶ 뉴스기사
• Air Canada ordered to pay customer who was misled by airline’s chatbot ( 2024.02.16) / The Guardian
목차
I. 도구를 쓰는 인공지능
II. 기억하는 인공지능
III.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Ⅳ. 함께 일하는 멀티 에이전트
V.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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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특집③] AI 에이전트 시대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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