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는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때가 됐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의 숫자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는 사실은 숫자의 정확성과 별개로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미국의 전략적 인식이 과거의 ‘존재해서는 안 되는 핵무기’라는 규범적 접근에서 ‘이미 존재하는 핵능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접근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은 북한의 핵탄두 수량, 무기급 핵물질의 생산량, 미사일 성능과 생존성, 전술핵 운용수단, 제3국으로 핵기술 확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임시조치 없이 비핵화(CVID) 만을 유일한 협상 목표로 설정할 경우, 협상이 장기간 교착되는 동안 북한의 실질적 핵 위협은 오히려 확대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비핵화인가, 핵 보유 인정인가’라는 소모적 이분법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대신에, 중·장기적으로 ‘핵을 가진 북한’이 분쟁 발화점(flashpoint)이 낮은 동북아시아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려 할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숙고해야 한다.
(출처: 극동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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