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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_기후위기 특집④] 해양 기후재해 해양열파(고수온)와 우리의 대응ㅣ박영규 책임연구원

박영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1. 뜨거워지는 바다, 전 세계를 덮친 해양열파
  2011년 남반구 여름철에 호주 서해안에서는 이례적으로 급격한 수온 상승이 발생하였고, 다시마의 일종인 ‘겔프
(kelp)’라는 대형 해조류의 폐사와 급격한 해양생태계의 변화가 관측되었다. 이처럼 바닷물의 온도가 일정 기간 이상 동안 임계값을 초과하는 현상을 ‘해양열파(marine heatwave)’ 또는 ‘고수온’이라고 하는데, 2011년 이후 이의 중요성과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시작되었다. 

  해양열파는 전 세계 바다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주변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정부는 여름에 국한하여 28℃ 이상의 수온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전일 대비 5℃ 이상 수온이 상승할 때 고수온
(해양열파) 경보를 발령한다. 과학적으로는 보통 수온이 기후 값 대비 90분위수 이상(상위 10% 이내)으로 5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해양열파’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특정 온도 기준을 이용한 정의는 한정된 지역을 감시하기에는 유리하지만, 영역이 넓어지거나 여름 이외의 시기를 포함하려면 과학적 정의를 사용해야 한다. 과학적 정의에 따른 해양열파는 전 세계 바다에서 상시 나타나며 수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바닷물의 온도 변화는 우리가 직접 체감하기 어렵지만, 육상보다 안정적인 해양생태계에서는 작은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해양열파까지 빈번해지면서 해양생태계는 더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바다에서 해양열파로 인해 적조, 산호백화, 해양 포유류 및 바닷새의 대량 폐사, 플랑크톤 생산성 저하 등과 같은 대규모 생태계 변화가 보고되었다. 특히,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된 중위도 동태평양에서 지속된 해양열파는 플랑크톤부터 바닷새와 해양 포유류까지 해양생태계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우리나라 해역에서도 열 스트레스에 의한 양식 생물 폐사가 해양열파의 주 피해 사례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양열파가 날씨나 태풍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 해양열파, 어떻게 발생하고 왜 강해지는가?
  해양열파는 기후변동성* 중 하나로 자연적으로도 존재한다. 과거에는 해양열파가 사라지면 해양생태계는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으나,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해양열파도 강해지고 있어, 이것이 사라지더라도 해양생태계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동성: 평균적인 기후에서 매일 매일의 날씨보다 긴 시간에 걸쳐 나타나는 변화. 엘니뇨와 라니냐, 폭염, 혹한과 같은 현상들이 이에 해당됨. 무작위적인 것도 있고 어느 정도 규칙성을 갖는 것도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런 기후변동성의 특성도 변해가고 있음.


  바닷물의 온도는 해류나 바람에 의한 수평 수직 열수송과 상층과 하층 해수의 혼합, 태양복사, 해양-대기 열교환 등에 의해 정해진다. 해류가 변하여 난류가 강화되면 더운 물이 많이 유입되어 수온이 올라가는데 이를 해양 기인이라고 한다. 엘니뇨나 몬순 등의 영향으로 강한 정체성 고기압이 생기면, 구름이 줄어들어 햇볕(태양 일사)이 강해지고, 바람이 약해져 해양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열이 줄어들어 해양열파가 생기는데 이를 대기 기인이라고 한다. 해양 기인이 강하면 수백 km에 걸쳐 수심 100m 정도까지 영향이 나타나고, 대기 기인이 강하면 좀 더 넓게 1,000km 이상 범위의 해역에서 상층 수십 m에 걸쳐 해양 열파가 나타난다. 바다는 대기보다 변화가 느리기 때문에 해양 기인의 해양열파는 대기 기인에 비해 수개월 전부터 전조 증상을 보이며 천천히 나타났다가 천천히 사라지는데, 이 두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줄 때 강한 해양열파가 생긴다. 
  
  여름철 제주도 부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양자강 기원의 저염분수*도 해양열파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저염분수가 바다를 덮으면 해양 상층과 하층의 열교환이 줄어들면서, 태양열이 상층에만 쌓여 수온 상승을 일으킨다. 저염분수가 고수온을 동반할 때 저염 쇼크와 열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양식장이나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커진다.

*저염분수: 염분이 26psu 이하인 바닷물. 전 세계 바닷물의 평균 염분은 35psu(약3.5%)임. 저염분수는 해양생물의 삼투압 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동 능력이 제한적인 소라와 전복 등은 폐사하기도 함

*Mixed-layer depth: 혼합층의 깊이
​**Anomalous mixed-layer temperature: 혼합층에서의 비정상적인(이상) 수온 변화 (해양열파 발생 등)
​***Surface mixed layer (표층 혼합층): 바다의 표면에서 약 100m 정도까지 온도·염분·밀도 등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층으로 보통 수십 m 정도임. 표층 혼합층이 얕아지면 복사열이 쌓이는 층이 얇아지면서 해양열파의 빈도가 증가함.



3.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 주변 해양열파 발생 추이와 전망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변에서는 1982년부터 2018년 사이 여름철에 평균 4.4일의 해양열파가 발생하였고, 매 10년마다 2~3일 정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1994년과 1998년, 2013년, 2017년, 2018년, 2021년, 2023년에는 강력한 해양열파가 발생하였다. 지구온난화의 강도와 해양열파의 강도는 비례하기 때문에, 지난 10여 년간 해양열파가 빈번해지고 강해졌으며, 미래에는 더욱 강한 해양열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북태평양 아열대순환계의 확장으로 인해 북서태평양의 온난화정도는 지구 평균보다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해양열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다. 미래에는 1년 이상 지속되는 해양열파도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4. 예측과 적응이 핵심… 해양열파 대응 전략
  탄소저감이나 중립 노력 등을 통하여 지구온난화를 저감시키는 것이 해양열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처법이지만, 단기간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선은 적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는 해양열파의 특성과 원인, 영향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해양열파는 해양과 대기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양열파의 영향이 해양생태계와 생지화학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계속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해양열파의 발생과 소멸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해양과 대기, 해양 생지화학 과정을 모두 고려한 수치 예측 모델이 필요하다. 고수온
(해양열파) 경보 발령이나 해제를 위해서는 10일 정도 규모의 단기예측을 해야 하고, 수개월 이상의 중장기 대응 및 대비책 수립을 위해서는 계절 전망 등을 포함한 중장주기 예측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주변 해양생태계 변화를 파악하고, 열 스트레스에 강한 양식 생물종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양식지를 선정하는 등의 대응도 이루어져야 한다.

*생지화학(生地化學; biogeochemstry): 생태계에서 생물을 통한, 또는 생물에 의한 화학원소 순환

  바다는 지구온난화로 지구에 축적된 열의 90% 이상을 흡수하고 있지만, 변화가 느리고 직접 체감되지 않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간과되었고 상대적으로 주목도 덜 받아 왔다. 그러나 바다는 변화가 느린 만큼 회복도 느리기 때문에, 피해가 심각해지기 전에 해양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책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만 해양생태계 보전을 통해 수산자원과 수산업을 보호하고, 미래의 식량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인간이 해양열파를 막거나 소멸시킬 방법은 없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는 2040년경부터 해양열파가 매우 급격하게 강해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북서태평양의 온난화정도는 북태평양 아열대순환계의 확장으로 인해 지구 평균보다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외해보다 해양열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다. 해양열파에 대한 적응과 대응책은 앞으로 5~10년 이내에 수립하여 현장에 적용하여야만 예상되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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