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인구위기’의 진정한 의미
‘인구위기’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표현이다. 출생아 수는 해마다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미국의 인구학자 니컬러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고 경고한 바 있다. 2025년 현재 총인구는 5,168만 명이며, 이는 2020년 5,183만 명을 최고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25년 후인 2050년 인구는 2000년 총인구인 4,710만 명 수준이며, 장래인구추계가 이루어진 2072년 인구는 3,600만 명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변동은 우려할 만한 흐름이지만, ‘소멸’이라는 극단적 공포보다는 인구 구조의 불균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 통계청이 2022년 인구총조사(등록센서스 방식) 결과와 최근까지의 인구변동요인(출생․사망․국제이동) 추이를 반영해 미래 인구변동요인을 가정하고, 향후 50년(2022~2072년)간의 장래인구를 전망한 결과 (통계청, 포털)

‘인구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인구 규모의 축소가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와 그로 인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 감소 현상은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 놀랍도록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다. 2000년 한 해 64만 명이 태어났으나, 2024년에는 23.8만 명으로 약 64%가 감소하였다. 약 24년 동안 출생아 수가 1/3로 감소한 것이다.

기대수명 또한 전 세계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급속히 증가한 국가 중 하나다. 2025년 현재 우리나라의 수명은 84.3세로 최고 장수국가 일본과 비교할 때 0.4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2000년에는 76세였다는 것이다. 급격한 출생아 수의 감소와 수명의 증가로 인해 인구 피라미드는 정삼각형에서 점차 가오리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고령화율은 2025년 20%를 넘어서며, 2050년 40%로 증가한다. 2050년의 인구 규모와 유사한 2000년의 고령화율은 7%였다. 즉, 인구위기는 인구 소멸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성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또한 인구의 수도권, 도시로의 집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인구 구조 변화와 함께 인구의 지역별 불균형은 사회·경제·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 지난 20년간의 인구정책
한국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5년마다 4차례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20년간 인구정책을 추진했다.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변동 대응 정책은 출생아 수 증가를 목표로 하는 인구 완화 정책과 인구변화에 적응하는 적응 정책으로 구분된다. 지난 20년간의 인구정책은 출생아 수와 출산율 증가에 초점을 둔 인구 완화 정책에 집중한 경향을 보여 왔으며, 이를 위해 결혼·출산 지원과 다자녀 양육 지원을 집중적으로 추진하였다.
20년간 추진된 인구정책의 성과로 아동 양육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보육정책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지원정책이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보육시설 이용과 육아휴직 제도의 확장, 아동수당 확대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 또한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연금, 노인일자리사업, 장기요양보험 등 노인의 소득·건강·돌봄·사회참여 정책이 크게 확대되는 성과도 거두었다. 특히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1~’25)에서는 인구변동의 지역적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23년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을 별도로 수립하였다.
그러나 인구정책의 성과는 크게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과 출생아 수는 지난 20년간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이 제도적으로는 진화했으나, 여전히 각 개인의 삶에서 정책을 체감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삶을 살아가는 데는 충분히 유효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3. 삶 중심의 인구정책 전환 필요성
‘인구위기’가 단순히 인구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성과 분포 변화가 초래하는 사회적 위기를 의미하듯, 인구정책 또한 출산율 제고를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이제 인구정책은 ‘인구’를 구성하는 사람 한명 한명의 삶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구변동은 출생과 이동 같은 개인의 미시적 행위에서 시작되어, 인구 규모·연령·지역 분포 등 거시적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인구변동은 사회변동과 상호작용하며, 그 메커니즘 속에서 이해되고 대응되어야 한다. 노동시장, 교육, 복지, 문화 등 사회 구조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이는 개인의 사회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는 다시 출생과 이동 같은 개인의 선택에 반영되어 인구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발생한 인구변동은 다시 사회 각 영역과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며, 순환적 구조를 형성한다. 따라서 정책적 개입은 개인의 선택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장애 요인을 해소하고, 인구변동으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구정책에서 주목해야 할 주요 대상은 청년, 노년층, 그리고 농산어촌의 인구감소지역 주민들이다. 청년 세대의 출산과 거주지 이동 같은 인구학적 행위는 노동시장 참여, 경제적 조건, 사회문화적 가치관 등 복합적인 요인 속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결국 안정된 생활과 미래에 대한 신뢰가 출산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보다, 삶의 질을 향상시켜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구정책에서 또 다른 주요 관심 대상은 노년층이다. 노년기의 건강과 경제적 여건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으며, 기대수명 역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인구정책은 길어진 노년기를 살아가는 노인의 삶의 질을 중심에 두고, 후기 노년층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독거노인, 치매 등 돌봄이 필요한 노인, 빈곤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농산어촌 지역의 인구감소는 결국 주민들의 삶의 조건의 붕괴로 직결된다. 교통이 끊기고, 생필품을 살 가게가 없어지며, 의료와 복지, 교육 등의 서비스가 부재하게 된다. “사람이 줄면 행정서비스도 줄어든다”는 말이 통용되지만, 이들 지역에서의 인구감소는 단순한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인구정책은 주민이 어디에 거주하든 최소한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생활 필수 인프라를 복원하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 즉, ‘재정적 효율’보다 지역 주민의 ‘개인의 삶’에 초점을 둔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4. 인구정책에서 삶 정책으로
한국의 인구변화는 단순한 통계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과거의 인구정책이 “사람의 수를 늘리는 일”이었다면, 이제의 인구정책은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일”이어야 한다. 삶의 질 중심의 인구정책은 복지정책을 넘어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기반이자 국가의 품격이다. 누구나, 어디서나, 나이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 그것이 진정한 인구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및 관련 자료
1. 박종서 외(2020).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 마련 지원 연구.
2. 통계청 KOSIS 인구로 보는 대한민국, 인구상황판. 2025.6.24. 추출
3. 통계청 KOSIS 국가통계포털. 인구동향조사(출생).
목차
1 ‘인구위기’의 진정한 의미
2 지난 20년간의 인구정책
3 삶 중심의 인구정책 전환 필요성
4 인구정책에서 삶 정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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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_인구위기 특집④] 인구정책, ‘사람의 삶’을 중심에 두어야 할 때ㅣ이윤경 선임연구위원




